불면 불면 감을수록 잠은 달아나고 별세계는 아득하게 펼쳐진다 눈망울은 아파오는데 어둠속 나래를 펴고나른다 나를 끌고가는 은하수 넘어 푸른바다 위를 한정없이 달리는 어둠속에 또다른 세상 잠은 멀리가고 밤새워 깊은곳으로 빠진다 어느덧 창문이 밝아온다 고운님의 시방 2018.07.09
하얀세상 하얀세상 박선영 달리는 차창밖에 펼쳐진 하얀세상 대지는 깊은 잠에 빠졌다 사람도 새들도 아무도없는, 침묵속에 마음의 날개는 자유로히 날아오른다 들판은 별가루 뿌린듯 눈부시고 내 영혼도 순백의 나라를 나른다 먼 곳에 계신 어머니도 옛친구도 그대도 나른다 햇볕이 무겁게 눈을.. 고운님의 시방 2018.01.26
고통 불청객 안개가 시야를 가리듯 먼지가 자리를 폈다 몇일을 걸쳐서 청소를 했다 채 정리되기도 전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몸 구석 혈관 관절 근육에 붙어 파고들었다 처방을 하고 쫒아내도 바위산이다 링거를 달고 씨름을 했다 폐를 물어뜯고 쫒겨나면서 병졸 몇을 남겨놓았다 후반.. 고운님의 시방 2018.01.02
소리 가을 밤 침묵으로 내려앉는 밤 정막이 작은 소리로 일어섰다 이명인가 했더니 바람이 풀벌레를 데려다 놨네 불면으로 지새우는 밤 창밖엔 아련한 발자국소리 그대인가 했더니 나뭇잎 하나 굴렀다 일상 하루치 삶의 젖은 몸 지쳐 들어와도 따스하게 품어주는, 싱그러운 아침 머리 맞대고 .. 고운님의 시방 2017.09.23
사월을 보내며 사월을 보내며 꽃도 사람도 웃었다 파도 타던 꽃길 봄의 향기로 환하게 밝히던 사월은 색색이 한껏 자태를 들어냈다 어울림 한마당 꽃 잔치, 봄비는 사월을 밀어냈다 꽃술 눈물 달고 떨어지니 연한 이파리 살랑거리며 따뜻한 햇살을 마시고 푸름은 살찌워 산하가 펄럭임으로 흔들어 됐다.. 고운님의 시방 2017.04.30
까치집 까치집 덩그러니 나뭇가지에 얹혀잇는 울타리 없는 빈집에 봄바람이 들어왔다 허공에 외롭게 떠있ㄴ는 집은 솟대처럼 아득한 그리움 봄볕에 그을린 시선이 오늘 따라 더옥 눈부시고 아무리 바라보아도 하늘에는 섬같이 고독한 집 가슴앓이하는 몸에서 바람이 숭숭 빠져나갔다 고운님의 시방 2017.03.28
얼음 꽃 얼음 꽃 저마다 뜨거웠던 마음이 향기를 잃고 돌아가면 계절의 울타리 저 밖에서 칼바람 맞는 얼음 꽃이 피었다 이미 웃음도 사라졌지만 수정처럼 말간 가슴에 마디마디 물솔리가 흘러 빛깔없이 핀 차가운 꽃 겨울끝을 붙잡은 햇살이 산등을 밟고 내려오면 마른 가지에 알알이 뱆히.. 고운님의 시방 2017.02.10
어느 일상 어느 일상 신문 배달 / 박선영 눈이 오면 눈 맞고 비가 오면 비 맞으며 새벽을 가른다 본인의 아픔보다 남의 아픔을 싣고 남의 기쁨을 제 기쁨으로 알고 비 맞을세라 비닐 속에 차곡차곡 쌓은 행복 숨은 세샹얘기 안고 달린다 한 나절이면 찟겨져 나갈 세상얘기를 품고 가는 남자 +++++++.. 고운님의 시방 2016.11.26
길 위에서 길 위에서 / 박선영 길을 걷다보면 곡선을 걷는 것만 아니다 구름 가까이 누워 몸이 젖는다는 곳이거나 갈림길 이거나 아흔아홉 구비 넘을지라도 해어짐을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문명의 발톱에 할퀴어도 허리 굽히지 않는 그 위로는 생명이 있건 없건 서로 엉키어 허물어지는 것들에도 고.. 고운님의 시방 2016.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