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가 나를 본다 돋보기가 나를 본다 / 박선영 책갈피를 넘길 때마다 돋보기는 나이테를 업고 하나,둘 식구를 불린다 여기 저기 하나씩 앉아있다 이방 저방 주방 가는 곳마다 만져주기를 목을 빼고 기다린다 부산하게 쌓인 책 위에서 엉덩이를 깔고 앉아 나를 향해 구애의 눈길을 보낸다 책들은 문을 열었.. 고운님의 시방 2015.07.24
양원역 양원역驛에서 / 박선영 승객이 빠져나간 자리에 누군가 걸어뒀다는 빛바랜 거울 속으로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백두대간 협곡열차에 서 있는 나는 안내원의 지친 목소리에 세월을 거슬러 오른다 다소에 여행객이 들어서도 비좁은 양원역은 허기져있다 마을 사람이 지었다는 이 驛은 초라.. 고운님의 시방 2015.07.24
갈대 갈대 / 박선영 수 천리 물길 속 물살에 비릿한 자궁을 만지지 못한 채 자맥질로 따라 붙지 못한 죄 하늘로 날아오르지 못한 강어귀에서의 울음 지상에서 그 울음 울어보지 못한 이들 마지막 은빛 울음보고 있다 고운님의 시방 2015.07.23
가을 가을일기 / 박선영 고향집 마당 한켠 이맘때면 멍석에 누운 대추알 가을걷이 끝날 즈음 아이들 웃음소리 하늘로 번진다 대추야 한 줌씩 없어진들 티도 안 났지 소쿠리 밥풀떼기 묻은 찐고구마는 뒷전 책가방 내던지고 할아버지 벽장문을 열면 그 속에 말간 홍시가 나를 기다렸다 나는 인.. 고운님의 시방 2015.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