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년의 붉은 대추
/ 박선영
고향집 마당 한켠
이맘때면 멍석에 운운 대추알
가을볕에 몸을 말리고 있었다
가을걷이가 끝날 즈음
아이들 웃음소리 하늘로 번진다
대추야 한줌씩 없어진들 티도 안 났지만
소쿠리 밥풀때기 묻은 찐 고구마는 뒷전
책가방 내던지고 할아버지 방 벽장문 열면
그 속엔 말간 홍시가 나를 기다맀다
나는 인쥐가 되어 들락거렸다
아침상을 받으로 전너오신 할아버지
"우리 집에 인쥐 한 마리 있다"
하회탈 웃음 지으셨다
그때의 붉은 감이며 대추가
길가에 누워 나를 부른다
가슴 시린 장바구니 속
주섬주섬 담아 보지만
채워지지 않는 것은
해넘이에 돌아누운 홍시 하나가
돌아누우신 할아버지 모습 되어
내 유년을 불러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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