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으로 흐르는 강 1집

내유년의 붉은 대추

앵두님 2016. 12. 12. 23:12




내 유년의 붉은 대추

                      / 박선영



고향집 마당 한켠

이맘때면 멍석에 운운 대추알

가을볕에 몸을 말리고 있었다

가을걷이가 끝날 즈음

아이들 웃음소리 하늘로 번진다

대추야 한줌씩 없어진들 티도 안 났지만

소쿠리 밥풀때기 묻은 찐 고구마는 뒷전

책가방 내던지고 할아버지 방 벽장문 열면

그 속엔 말간 홍시가 나를 기다맀다

나는 인쥐가 되어 들락거렸다

아침상을 받으로 전너오신 할아버지

"우리 집에 인쥐 한 마리 있다"

하회탈 웃음 지으셨다


그때의 붉은 감이며 대추가

길가에 누워 나를 부른다

가슴 시린 장바구니 속

주섬주섬 담아 보지만

채워지지 않는 것은

해넘이에 돌아누운 홍시 하나가

돌아누우신 할아버지 모습 되어

내 유년을 불러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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