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으로 흐르는 강 1집

안경을 닦으며

앵두님 2016. 12. 10. 00:24




안경을 닦으며

               / 박선영



시장 길 쇼핑센터 진열대 안에서

반짝이는 안경

할아버지 돋보기가 생각난다


금쪽같은 아들

동경 유학 보내고

뜬눈으로 밤새운 할아버지


춘향전,  장화홍련전 보다 긴긴 밤

대문 흔드는 바람소리

창호지로 싸매고

닦아도 닦아도 뿌연 안경알


무명실로 동여맨

절름발이 안경다리

함께 묶였을 할아버지 가슴


훌쩍 건너 뛴

시간 저 멀리

아프게 찌르는 유년의 기억

절뚝이며 돌아오는 길

촉촉해진 눈가를

닦아 내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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