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으로 흐르는 강 1집

징검다리 되어

앵두님 2016. 12. 9. 23:47




징검다리 되어

                   / 박선영



내 어린 시절 시냇가

그 중 못난 돌맹이 하나가

물살에 몸 굴리어

오늘 징검다리 되어

나를 건네준다

그 어여쁜 조약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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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찿아서


성황당 휘돌아 나온 바람 안고

토담 길 돌아 낮익은 대문

흐드러지게 웃고 있는

목단 꽃이 반긴다

봉당에 걸터 얹아

몇 세월 깊은 잠에 빠졌던

내 유년의 집을 세운다

안마당 꽃밭에 날으는 나비들

빨래줄 장대 꼭대기엔

고추잠자리 졸고 있다

목단 꽃송이 마다

땀에 젖은 수건 목에 걸치고

고추밭 던듬는 내어머니가 있다

앞산이 해를 삼키면

스멀스멸 어둠이 드러눕고

고단한 신열에 토해내는 신음소리

마당에 잦아들 때

비에 젖어 떨고 있는 피멍든

목단을 보던 나는 뒤로한 채

뒷산 잔디 덮고 잠드신

어머니 곁에 앉아 있다

미소 짓는 목단이

내 목줄을 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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