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무
등 굽고 허리 흰 기침소리에
풀잎 머리채 흔들어
이슬 날리는 새벽
새들의 날갯짓
적막을 밀어 낸다
수백 년 붙박이 동네
서로들 재 너머가 궁금하다
놀다가 가는 바람이 전해주는 소식
어제는 몇몇이 새끼줄에
묶여 도시로 갔단다
칭칭 감아올린 올무의 푸념에도
점점 커지는 밑둥의 나이테
바람도 골 패인
상처를 만지고 간다
북박이 이랫동네
젊은이들 떠나고
놋재떨이 담뱃대 땅땅 울려댐은
서울소식 기다림이라
중천에 오른 볕에
올무처럼 기대던 유년이
기리운 촌로
흐느적대며 나무 그늘
속으로 몸을 숨긴다
솜털 흩뿌리던 칡넝쿨
저문 해살 안고 등을 기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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