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꽃
- 손자 노아를 보며
내 강보에 싸여 첫눈 뜬 보석 하나
철을 따라 단비와 햇볕으로
보듬고 품었더니 잎 피고
꽃대 쏘아 올린다
멋진 갈기 휘날니며
초원을 내달리는 준마여라
청명한 날 발맞추어 맞절하고
양지바른 곳 마들에 둥지틀더니
씨앗 하나 떨어뜨렸다
조석으로 둥가둥가
제 피 어찌 알아 보고
눈 맞추고 벙글 벙글
젖무덤 찾아 더듬는 눈 먼 강아지
찾는 젖줄 멀리 가고
어미의 어미가 안고 있는 거친 손
심장에 멍든 가을 할미꽃
아침이슬보다 더 맑은 네 눈망울 속에
나는 날마다 눈물오 담구질 한다
남빛 붓꽃 입을 다물었다
* 당방구질 : 토속어로 물속에 들어가다 나왔다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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