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 유재원
제발 떨어져서 살자
말라비틀어진 모습으로
부시게 내린 빛을 파고들면
이미 몸에는 그늘이 붙어있다
추억이 얼비치는 창에서
속병 도진 가슴에 꿈을 섞는
불나비 등불은 그을음 번지고
허물 벗는 인간들이 지쳐갈 대
육신을 일탈하는 영혼은
심장 없는 허상을 비춰주었다
불빛을 빨아대는 혼잡한 세상
저 별은 누구의 그리움일까
오직 외로움이 생의 목적이었던
좁은 골목을 밝히는 가로등이
함의 추억을 한없이 토해내며
산발하는 슬픔을 덮어주었다
지금은 헝클어져야 할 이방인
그림자에게도 눔물은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