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시인의 시방

꽁지를 치켜세우고

앵두님 2016. 11. 28. 23:27




꽃지를 치켜세우고

                           / 유재원



불륜의 향기가 사랑으로

까닭 없이 조여 오는 가슴

심장 균혈에서 새어나온 슬픔이

븕은 꽃잎으로 흐드러질 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묵은 땀 냄새 흥건한 사내들은

아무런 체면 없이 돌아왔다

시답지 않은 해갈의 그리움에

부아가 뜨겁게 치밀어 오른

여인들의 몹시 날카로운 추억

눈에 불을 켜고 대들던 마음은

문드러진 꽁지를 치켜세우고

한 줄기 탁한 고독을 쏟아냈다

허약한 개똥벌레 불빛에 데인

오그라든 속살의 사연이

바람 든 꼬리를 들춰보면

언제나 소원에는 시든 꽃잎

메마른 울음이 들썩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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