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지를 치켜세우고
/ 유재원
불륜의 향기가 사랑으로
까닭 없이 조여 오는 가슴
심장 균혈에서 새어나온 슬픔이
븕은 꽃잎으로 흐드러질 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묵은 땀 냄새 흥건한 사내들은
아무런 체면 없이 돌아왔다
시답지 않은 해갈의 그리움에
부아가 뜨겁게 치밀어 오른
여인들의 몹시 날카로운 추억
눈에 불을 켜고 대들던 마음은
문드러진 꽁지를 치켜세우고
한 줄기 탁한 고독을 쏟아냈다
허약한 개똥벌레 불빛에 데인
오그라든 속살의 사연이
바람 든 꼬리를 들춰보면
언제나 소원에는 시든 꽃잎
메마른 울음이 들썩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