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으로 흐르는 강 1집

능소화

앵두님 2017. 1. 31. 12:53



능소화


궁궐 속 이름 없는 풀꽃 하나

임금의 눈에 띄어

꽃방속에 앉아 웃었다고

꿈같은 섬강은 단 한번

어둠의 늪으로 빠져 들었다고

구중궁궐 깊은 처소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풀꼬

담장 밑 버선발 닳도록

서성이며 기다리다

눈물샘 마르로 상사병 되었다고

소원대로 담장아래 묻힌 풀곷

그 이름 소화

그 넋이 꽃으로 환생한 여인

임의 소리 들으려 담을 넘어

여름 태양 아래서고

궁궐 속 격을 잃을세라

고고하게 피는 꽃

긴긴 여름 고개 내밀어

주홍비단 치맛자락에

못다 이룬 애달픈 사라이라

독을 품은 젖은

정절을 위한 은장도라

여름이면 담장아래

목마른 채 흔들리는 능소화

사랑을 아는 이들이 오가며

오래도록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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