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에서
구름이 제 몸 비춰보는데
젊은 날 만남은 오직
예감치 않은 이별 앞에 울고 있는
너는 내게로 오는
길목이라 생각했었다
갈대로 하여금 울리는
그대 바람
당신 속에 살면서도
당신을 모른는 이별 앞에서
제 아픔 감춘 채로
붉은 울음 하늘에다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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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를 생각함
내 스무 살의 설렘을
사월 창가에 서서 보고 잇다
내 서른의 요란스러움이
오월 창밖에서 흐르고 잇다
마흔의 욕망과
쉰 해의 목마름을 아는지
흐르지 못한채로
만개한 채 서 있는 너
시월을 외면하려 하는 내 앞에서
저리 타오르고 있음은
속마음 아는 탓이려니
창 안에선 나도 따라
계절 모른 채 서 있는
시월장미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