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시인의 시방

고향장터

앵두님 2016. 12. 27. 23:05




고향장터

                 / 유재원

이제 기억마져 먼 달구지

아무리 헤아려도 성한 데 없는

울음을 지워버린 가슴에서

시든 꽃잎을 실어내고 있겠지

오늘은 장에 가는 날

도처에는 사랑을 흥정하고

해묵은 슬픔이 거추장스러운

시절에 얽힌 인정을 풀어냈다

그리움이 떠가는 청보리 하늘

잊었던 사람들과 부대끼며

간간이 낮선 인연을 이어주는

고향장터는 추억의 물꼬였다

한잔 술에 거나해진 마음은

밑둥까지 다습게 뜸 들인 미련

파장의 아쉬움을 토렴하면

저기는 월봉산 새들이 깃들고

어둠에서 별들이 솎아내는 꿈

나는 아련히 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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