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장터
/ 유재원
이제 기억마져 먼 달구지
아무리 헤아려도 성한 데 없는
울음을 지워버린 가슴에서
시든 꽃잎을 실어내고 있겠지
오늘은 장에 가는 날
도처에는 사랑을 흥정하고
해묵은 슬픔이 거추장스러운
시절에 얽힌 인정을 풀어냈다
그리움이 떠가는 청보리 하늘
잊었던 사람들과 부대끼며
간간이 낮선 인연을 이어주는
고향장터는 추억의 물꼬였다
한잔 술에 거나해진 마음은
밑둥까지 다습게 뜸 들인 미련
파장의 아쉬움을 토렴하면
저기는 월봉산 새들이 깃들고
어둠에서 별들이 솎아내는 꿈
나는 아련히 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