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으로 흐르는 강 1집

한해살이 풀에 대한 생각

앵두님 2016. 11. 28. 22:41




한해살이 풀에 대한 생각

  / 박선영



길을 가다가

마음 뺏긴 여린 풀

계절 밖에서 웃고 있다

빗겨간 미련이

눈 침침해짐에

육십 여년 세월을

탓하지 않았던가

속내 들킨 나의 심사가

어머니 장독대에 옮겨 심은

한해살이풀에 취해

날을 세워 걸어온 시간을

구걸해온 나를 보고 있다

누군가 내 정수리에

물을 내려 주지 않음을 탓해온 채로

그 마른풀이 고운 풀임을 보고 있다

나는 애타게 발길을 잡고만 싶어 했다

여러 해를 걷고도 아직 반쯤

남은 듯한길을 가던 내가

때를 알고 고개 숙인그 꽃이

한해살이 풀임을

짊어진 긴긴 해를 털어 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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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에서

- 일출


어둠과 새벽이

교차하는 시간

붉은 물감 풀어 놓은 채

솟아오르는 불덩이

탯줄을 끊고 뛰어 오른다


초하루를 올리는

해 머리에 끓어오르는 함성

해를 이고 있는

수평선 너머로 쏟아지는 바다

회색 너울 속에 붉은

심장이 요동친다


합장한 손,손들

불끈 쥔 손아귀에

다짐들을 움켜쥐고

내 기도는 바다를 향해 달리고

되돌아온 부메랑의 새살

소망으로 온다

일렁이는 파도에 마음 씻으며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설레임 속

장엄한 이 순간을 하늘에다

스크린처럼 찍어 놓고 사그라진다

직힌 발자국들 모래 위에 내려 놓고

내딛는 첫걸음 새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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