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으로 흐르는 강 1집

길 위에서

앵두님 2016. 11. 28. 22:25




길 위에서

                        박선영



길을 걷다보면

곡선을 걷는 것만 아니다

구름 가까이 누워

몸이 젖는다는 곳이거나

갈림길이거나

아흔아홉 구비 넘을 지라도

헤어짐을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문명의 발톱에 할퀴어도

허리 굽히지 않는


그 위로는 생명이 있건 없건

서로 엉키어 허물어지는 것들에도

고단한 걸음 또는 순례자들 위

제 몸 내어주어 겹겹이 드러누운 길

그 위에 서서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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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상

- 신문 배달


눈이 오면 눈 맞고

비가 오면 비 맞으며

새벽을 가른다

본인의 아픔보다

남의 아픔을 싣고

남의 기쁨을

제 기쁨으로 알고

비 맞을세라

비닐 속에 차곡차곡 쌓은 행복

숨은 세상얘기 안고 달린다

한 나절이면

찟겨져 나갈 세상얘기를

품고 가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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