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박선영
길을 걷다보면
곡선을 걷는 것만 아니다
구름 가까이 누워
몸이 젖는다는 곳이거나
갈림길이거나
아흔아홉 구비 넘을 지라도
헤어짐을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문명의 발톱에 할퀴어도
허리 굽히지 않는
그 위로는 생명이 있건 없건
서로 엉키어 허물어지는 것들에도
고단한 걸음 또는 순례자들 위해
제 몸 내어주어 겹겹이 드러누운 길
그 위에 서서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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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상
- 신문 배달
눈이 오면 눈 맞고
비가 오면 비 맞으며
새벽을 가른다
본인의 아픔보다
남의 아픔을 싣고
남의 기쁨을
제 기쁨으로 알고
비 맞을세라
비닐 속에 차곡차곡 쌓은 행복
숨은 세상얘기 안고 달린다
한 나절이면
찟겨져 나갈 세상얘기를
품고 가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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