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으로 흐르는 강 1집

홍시

앵두님 2016. 2. 4. 23:07



홍시


마른 가지 끝

그가 거기 서 있음에도 무심했다

소슬바람도

고개 내민 채 인정을 걸어 놓는

미물을 위한 붉은 제 살 터지니


반백의 붉은 감 알

나는 누구를 위해 언제쯤이나

불 밝힐 수 있을까

그 속내 나도 닮고 싶어

초 겨울 바람 속으로 걸어가고 있다



첫추위


잎새 떨궈낸 가지 끝에

새들이 모여 앉아

온기로 기대고 있다

거리엔 저마다

움츠러든 채

종종걸음 치는데

힘에 겨운 리어카를 끌며

페지를 줍는

노인의 굽은 등을

바람이 몰아세운다

빨간 신호등을

등에 업은 채로

노려보는 사자의 붉은 눈자위

세상사 가슴에 담고 떨고 있는

갈기 세운 신문을 읽다

십일월 고혈압환자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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