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늙었다
당신과 살 붙이고 살면서
그리웠던 날은 얼마나 될까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인연은
아예 당신을 잊었던 시간
구부러진 길을 걷는 이생에서
발끝에 스러진 사연은
모조리 꽃잎으로 흩어졌다
허토를 뿌려대는 찬바람은
연신 상한 비린내를 토해내고
여기까지 무수히 그러모은
근심이 돌무덤으로 쌓이는 시간
소멸 된 하루의 꿈만큼
마음에는 빈 곳이 늘어났다
아득히 그을음 헤집는 초저녁
별들은 처마 끝에 매달리고
눈물 헝클어지는 외로움으로
마른 가슴에 추억을 포개는
나는 고통의 날을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