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으로 흐르는 강 1집

겨울숲 이야기

앵두님 2016. 1. 14. 21:22

 

 

 

 

 

겨울 숲 이야기

 

지나가는

바람도 쉬어갈까

망설이는 숲에선

상고대 눈썹 달고

손등 터진

어머니의 기침소리 들린다

무명옷에 수건 두르시곤

자식에겐 명주 솜옷

입히시던 시절을

마른가지 산새가

나 대신 울어 준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그릴 즈음

도회지 불빛도

제 몸 숨기고

 

초승달 아래

부등켜안은 겨울 숲에선

서로의 체온 건널 때

산새도 따라 몸 부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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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파편

 

바람에 떠 밀려온 눈을

*별 볼일 없이 서울 갔다가 고향에 돌아온

패잔병이라 비유했던가

그 고단함이 흔 뼈를 드러내어

산수화를 그려냄을 그대 아는가

 

순백을 뒤집어쓴 채

가면으로 감춘 보퉁이

누가 볼까 껴안은 채

외면의 빛을 내는 이들은

나는 구름이 만들었다며

깔깔대며 지나간다

스스로의 욕심이

만들지 않았던가

그 이름 앞에 하얀 글자가

부끄럽지는 않은지

 

회색 공해를 뒤집어쓴 채

나는 오늘도

보도위에 누운 雪눈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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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 첫눈

 

당신은 한 밤중에 잘 오십니다

행여 꿈 깰까 숨죽이며 오십니다

마루 밑에 누렁이만 사스락사스락

당신 발자국 소리를 듣지요

아침에 눈뜨고 보면 함박웃음

섣달 어쩌면 그믐날밤 같은 당신은

또한 머리맡에 놓인 설빔같이

가슴 뛰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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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되어

- 첫눈 2

 

내 속내 알았는가

기다리던 약속이

솜방망이로

가슴 때린다

그 약속 까치발로 찾아와

눈사람으로 서 있는 그대

내게 동행하자며

건네던 안타까운 미소

저 너머 뒷걸음질로

스러져가는 안타까움

진눈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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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雪 오는 날 오후

 

종일

졸고 있던 도로엔

눈의 함성으로

발자국이 찍힌다

순백의 차림새로

삶의 찌든 대 덮어 주는

 

금간 도로 사이로

어둠이 스미고

저마다의 욕망이

사그라지는 오후

추억 뿌리 채 흔드는 이런 날엔

받는 이 없다 해도

긴 긴

편지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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