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 이야기
지나가는
바람도 쉬어갈까
망설이는 숲에선
상고대 눈썹 달고
손등 터진
어머니의 기침소리 들린다
무명옷에 수건 두르시곤
자식에겐 명주 솜옷
입히시던 시절을
마른가지 산새가
나 대신 울어 준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그릴 즈음
도회지 불빛도
제 몸 숨기고
초승달 아래
부등켜안은 겨울 숲에선
서로의 체온 건널 때
산새도 따라 몸 부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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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파편
바람에 떠 밀려온 눈을
*별 볼일 없이 서울 갔다가 고향에 돌아온
패잔병이라 비유했던가
그 고단함이 흔 뼈를 드러내어
산수화를 그려냄을 그대 아는가
순백을 뒤집어쓴 채
가면으로 감춘 보퉁이
누가 볼까 껴안은 채
외면의 빛을 내는 이들은
나는 구름이 만들었다며
깔깔대며 지나간다
스스로의 욕심이
만들지 않았던가
그 이름 앞에 하얀 글자가
부끄럽지는 않은지
회색 공해를 뒤집어쓴 채
나는 오늘도
보도위에 누운 雪눈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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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 첫눈
당신은 한 밤중에 잘 오십니다
행여 꿈 깰까 숨죽이며 오십니다
마루 밑에 누렁이만 사스락사스락
당신 발자국 소리를 듣지요
아침에 눈뜨고 보면 함박웃음
섣달 어쩌면 그믐날밤 같은 당신은
또한 머리맡에 놓인 설빔같이
가슴 뛰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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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되어
- 첫눈 2
내 속내 알았는가
기다리던 약속이
솜방망이로
가슴 때린다
그 약속 까치발로 찾아와
눈사람으로 서 있는 그대
내게 동행하자며
건네던 안타까운 미소
저 너머 뒷걸음질로
스러져가는 안타까움
진눈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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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雪 오는 날 오후
종일
졸고 있던 도로엔
눈의 함성으로
발자국이 찍힌다
순백의 차림새로
삶의 찌든 대 덮어 주는
금간 도로 사이로
어둠이 스미고
저마다의 욕망이
사그라지는 오후
추억 뿌리 채 흔드는 이런 날엔
받는 이 없다 해도
긴 긴
편지를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