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랫톳
/ 유재원
지친 시간에 붙은 기억이
슬픔을 끌고 올 줄 몰랐다
서로 맛물린 톱니 인생에서
여유잃은 다리로 걸어가면
견디기 어려운 그리움이 곱아
절룩거린 발자국의 흔적
아직 열물지 않은 사타구니에
속살 멍울 가래톳이 돋아났다
더픔거리며 길 찾는 어둔 세상
무수히 눈뜬 전생의 별들이
오그라든 가슴 소리 없이 열고
고동치는 꿈을 눈부시게 내려도
행족이 흉터로 박히는 일상은
사지가 끊어지는 아픔이었다
접질린 영혼의 굽은 길에서
이 빠진 바퀴로 굴러가는 마음
기다림을 잇는 등불은 꺼지고
자구만 걸음이 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