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시인의 시방

기수역

앵두님 2016. 11. 21. 01:19


가랫톳

           / 유재원



지친 시간에 붙은 기억이

슬픔을 끌고 올 줄 몰랐다

서로 맛물린 톱니 인생에서

여유잃은 다리로 걸어가면

견디기 어려운 그리움이 곱아

절룩거린 발자국의 흔적

아직 열물지 않은 사타구니에

속살 멍울 가래톳이 돋아났다

더픔거리며 길 찾는 어둔 세상

무수히 눈뜬 전생의 별들이

오그라든 가슴 소리 없이 열고

고동치는 꿈을 눈부시게 내려도

행족이 흉터로 박히는 일상은

사지가 끊어지는 아픔이었다

접질린 영혼의 굽은 길에서

이 빠진 바퀴로 굴러가는 마음

기다림을 잇는 등불은 꺼지고

자구만 걸음이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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