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님 2016. 12. 28. 11:48




양원역 에서


승객이 빠져나간 자리

누군가 걸어 뒀다는

빛바랜 거울 속으로

열차가 들어 오고 있다


백두대간

협곡열차에 서 있는 나는

안내원의 지친 목소리에

세월이 거슬러 오른다

다소의 여행객이 들어서도

비좁은 양원역은 허기져 있다

마을 사람이 지었다는 이 역은

창고처럼 벌판에 서 있다

흰 벽에 새겨진

"양원역 대합실" 금간 표지판

살점 깎는 아픔이 흔적을 안고 있다

문명 이전 몸짓으로

돌아갈 수 없는 역

교차되는 역 앞에서

난로 앞에 비워 둔

쓸쓸한 나무 의자는 웅크리고

발길 끊긴 역사에

햇살이 잠시 쉬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