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님 2016. 12. 14. 23:44




부부夫婦 라는


바람이 파도를 불러들인다

성난 파도는 거품을 물고 내달아

애매한 모래 바닥에 패대기 치고간다

여전히 화가 치밀어 흰 갈퀴 세우고

부릅뜬 눈으로

목울음 토하며 제 몸 부서뜨린다

애타던 구름 하늘을 이고

번개 칼로 매를 든다

밝는 날 언제인 양 찰싹 찰싹

자갈 모래와 화음을 맞춘다

흔 구름도 따라

자분자분 걸음을  맞춘다

파도가 잘 때서야

아이들 웃음소리는 깨어난다

식탁엔 된장찌게 끓고

부부는 어제는 없고

오늘도 물이 섞인 날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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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장속 나를 보다


벽장 속 아픔 하나

눈물로 접어 감춰둔 지 오래다

버리려 하면 할수록

날선 가시 되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벽과 벽 사이엔

상반된 동요가 꿈틀대고 있었음을


벽 속엔 아픔 아닌

기쁨이 자라고 있던 것을 안 것은

내안에 상자가

텅 비어 있음을 알고 부터다


버리지 못한 욕망을

기쁨으로 알고 키우던 나는

바보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