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으로 흐르는 강 1집
저울의 생각
앵두님
2016. 11. 27. 23:31
저울의 생각
/ 박선영
주방에 자리한 작은 몸체
식재료 비율을 맞춰 주고 있다
고기집이나 약재상에도 저울은
눈을 번쩍이며 날을 세우고 있다
언제 부터인가
내 마음에도 자리 잡고 있다
넣었다 덜어냈다를
물방개 돌듯 한다
타인의 마음 감지해 볼 때면
내 안에선
부끄럽다고 소리치고 있다
나를 다스림에는 폭이 넓다
상대의 무게엔
인색하게 가늠하며
궁색한변명으로
단죄해 버린다
주방 작은 저울은
내 마음 달아 보겠다고
직시하고 있는데
창빆에선 이월 쌀쌀한 바람이
냉소를보내며 지나친다
내 눈의 들보를 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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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보
- 발을 보며
오가는 이들마다
갈 길이 바쁘다
더러는
발길 가는 대로라고 말하지만
실은 마음이 앞서가는 것임을
일탈을 꿈꿀 때
고달픈 발은
수고로움을 견뎌야 함을
발의 아픔을
생각해 볼 일이다
한 줄의 詩시 마져 쓰지 못한 날
발길이 죄인인 양
도망쳐 숨는 것은
실은 가슴이
시키는 일인 것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행하는저 물길처럼
거슬러 오른 정상頂上에서
내려딛는 겸허함도 발이 하는 일
그대 앞에 곱지만은 않은
얼굴 내밀지 않은
그런 발의 수고로움이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