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님 2016. 11. 26. 22:53




공회전

             / 유재원


열흘 살고 말 나비의 저녁

노을빛에 날개가 유난히 밝은

죽음의 속도는 제각기 달랐다

가슴에 그리움 길어 올리며

과속을 멀대처럼 바라보는 인생

내 시간만 흘러가는 건 아닌지

도끼머리에 서 있는 사랑은

언제나 위채로운 풍경이었다

홀로 가슴앓이로 들어온 사연이

심장에 고인 핏물을 회전시켜도

처음부터 둥지를 틀지 않느

뻐꾸기는 작은 새에게 기생했다

땀내 절은 풍랑이 들이치면

해안에는 쉼 없이 밀려온 기억

몽돌은 파도에 몸을 비벼대고

사발같이 움푹 파인 보조개 웃음

얼굴에 어색하게 눌어붙은

어지런운 흔적을 모두 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