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시인의 시방

게으른 도시

앵두님 2016. 11. 26. 22:46






게으른 도시

                / 유재원



고단한 날개를 가진 비둘기

회색 그늘이 바스락거리는

광장에다 죽은별들을 묻었다

갈등이 비만해진 골목에는

빈 술병이 치매로 나뒹굴고

희미하게 휘청거리는 그림자

가로등은 진폐증을 앓고 잇다

흘러온 죽음이 어슬렁거리는

고독이 부패하고 있는 하수구

동력을 휘둘러 노 저으면

강물은 자살한 이름을 떠올렸다

거리의 껍질을 서글프게 벗는

마음에 감긴 슬픔을 풀어내는

정체 모를 도시 내일은 안녕할까

요란하게 땅을 파는 소음에

경제의 하루는 몹시 피곤했다

촛불을 들고 울부짓는 이념

투쟁이 빈혈에서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