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님 2016. 11. 25. 22:07




노을

             / 유재원



베인 상처가 녹스는 시간

피 흘린 영혼은 어디 갔을까

새가슴 같은 속을 끓이다

산골짜가에 기약 없이 묻히는

구슬픈 상엿소리 따라갔을까

핏물 가득히 머금고 있는

다시는 동여맬 수 없는 슬픔이

짫은 하루의 휴식으로 기울면

노을은 온통 불륜의 향연이었다

태양을 집어삼킨 침묵 속에는

그림자 하염없이 늘어트리고

꽃잎을 아련히 밀고 가는 황혼

헐렁한 몸으로 서 있는 장승이

목소리 없는 비명을 질러대며

고목에 잠든 사랑 깨웠다

가슴 적시는 눈물로 바라보면

인생은 기다림으로 스러지고

이미 눈앞은 피범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