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으로 흐르는 강 1집
진돗개의 대한 명상
앵두님
2016. 10. 23. 20:19
진돗개의 대한 명상
진도
앞바다에 초승달이
몸살을 밀어낼 때
고향이 진도라는 녀석은
주인집 마당에
코를 박은 채로
지나치는
발소리에도
귀를 세운다
녀석의 여정은
문 지킴이로
먼 길을 왔음에
주인은 외출길이라야 목줄을 푼다
눈을 떠도 세상에 갇혀 있음을
충성으로 지키고 살아온 몸이
오직 진도라는 이름에 위로 받음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낮선 침묵이 오갈 때
녀석은 오늘도
참선인 양 엎디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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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가 나를 훔쳐보다
책갈피를 넘길 때마다
해묵은 돋보기가
한 줄씩 나이테를 업느다
이방 저방 주방 가는 곳마다
만져주길 기다리고 있다
부산하게 쌓인 책 위에서
구애의 눈길도 보낸다
책들은 제 몸을 열었다
닫았다 안달이다
오늘은 창비에 앉은 너를 잡을가
걸핍을 외면한 지성이 보챌 때
내 고단함은
내가 별을 줍는 날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