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으로 흐르는 강 1집

눈雪오는 날 오후

앵두님 2016. 2. 10. 21:49



눈오는날 오후



종일

졸고 있던 도로엔

눈의 함성으로

발자국이 찍힌다

순백의 차림새로

삶의 찌든 때 덮어 주는


금간 도로 사이로

어둠이 스미고

저마다의 욕망이

사그라지는 오후

추억 뿌리 채 흔드는 이런 날엔

받는 이 없다 해도

긴 긴

편지를 쓰고 싶다



불면의 江강 건너기



   창틀을 깨고 들어온 달빛이

   길게 눕는다

   날밤은 턱을 괴고

   불면의 강을 건너자 보챈다

   누에고치 실 뽑느라

   물레질하던 할미도

   바다건너 길 떠난

   지아비 가다리며

   디딜방아 매질하던 어미도

   함께 건너자 한다

   창밖으로 쫓겨난 내 유년이

   처마 끝 고드름으로 열릴 때

   강을 채 건너기도 전

   달빛이 제 그림자 끌고

   풍경화로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