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님 2016. 2. 10. 21:28



겨울 숲 이야기


지나가는 바람도

쉬어갈까

망설이는 숲에선

상고대 눈썹 달고

손등 터진

어머니의 기침소리 들린다

무명옷에 수건 두르시곤

자식겐 명주 솜옷

입히시던 시절을

마른가지 산새가

나 대신 울어 준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그릴 즈음

도회지 불빛도

제 몸 숨기고


초승달 아래

부둥켜안은 겨울 숲에선

서로의 채온 건널 때

산새도 따라 몸 부빈다



눈雪의 파편


바람의 떠 밀려온 눈을

별* 볼일 없이 서울 갔다가 고향에 돌아온

패잔병이라 비유했던가

그 고단함이 흰 뼈를 드러내어

산수화를 그려냄을 그대 아는가


순백을 뒤집어쓴 채

가면으로 감춘 보퉁이

외면의 빛을 내는 이들은

나는 구름이 만들었다며

깔깔대며 지나간다

스스로의 욕심이

만들지 않았던가

그 이름 앞에 하얀 글자가

부끄럽지는 않은지


희색 공해를 뒤집어쓴 채

나는 오늘도 보도 위에 누운 눈을 본다


+ 김요섭의 자전수필 (눈보라 궁전에서)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