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으로 흐르는 강 1집
진돗개에 대한 명상
앵두님
2016. 1. 23. 20:34
진돗개에 대한 명상
진도
앞바다에 초승달이
물살을 밀어낼 때
고향이
진도라는 녀석은
주인집 마당에
코를 박은 채로
지나치는
발소리에도 귀를 세운다
녀석의 여정은
문 지킴이로
먼 길을 왔음에
주인은 외출길이라야 목줄을 푼다
눈을 떠도 세상에 갇혀 있음을
충성으로 지키고 살아온 몸이
오직 진도라는 이름에 위로 받음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낮선 침묵이 오갈 때
녀석은 오늘도
참선인 양 엎디어 있다
돋보기가 나를 훔쳐보다
책갈피를
넘길 때마다
해묵은 돋보기가
한 줄씩 나이테를 업는다
이방 저방 주방 가는 곳마다
암져주길 기다릭 있다
부산하게 쌓인 책 위에서
구애의 눈길도 보낸다
책들은 제 몸을 열었다
닫았다 안달이다
오늘은 창비에 앉은 너를 잡을가
결핍을 외면한 지성이 보챌 때
내 고단함은
내가 별을 줍는 날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