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님 2016. 1. 20. 23:08




봉평에서

- 메밀밭 풍경


흰 포말로 파도가 인다

숨 막힐 듯 하얀 군무

하늘의 그름까지 내려와

들판에 누웠다

고향 그리운 고추잠자리

붉은 대궁 꽃술 위에 쉬고 간다


휘영청 오른 달 아래

옆집 순이

더벅머리 손에 끌리고 보니

오늘따라 달빛 유난히 밝은 것을

시선 둘 곳 없어 던진 위로는

순이의 수줍음도 따라

구름 속으로 숨는다


놀이에 대한 생각

- 땅따먹기

어린 시절 아이들은

동네 한 가운데

느티나무 아래서땅따먹기 놀이로

해 지는 줄 몰랐다

해질녘

어머니의 부른는 소리도

멈추게 하지 못하던 놀이였다

땅거미가 지고

어둑해져서야

아쉬운 발을 끌며

집으로 돌아갔다


요즘

큰 동네 어른들

여직 땅따먹기에 바쁘다

채우면 채울수록 배가 고프다며

그 허기는 낮과 밤이 따로 없다

오늘도 긴 그림자를 끌고

서 있는 빌딩 숲 사이로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 간데 없고

찬바람만 휘돌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