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님 2015. 7. 24. 21:42

 

 

 

 

 

 

 

 

 

 

 

 

 

 

양원역에서

                           / 박선영

 

승객이 빠져나간 자리에

누군가 걸어뒀다는 빛바랜 거울 속으로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백두대간 협곡열차에 서 있는 나는

안내원의 지친 목소리에 세월을 거슬러 오른다

다소에 여행객이 들어서도 비좁은

양원역은 허기져있다

마을 사람이 지었다는 이 驛은

초라한 모습으로 벌판에 서 있다

흰 벽에 새겨진 '양원역 대합실'금간 표지판

살점 깍는 아픔이 흔적을 안고 있다

문명 이전에 몸짓으로 돌아갈 수 없는역 앞에서

나는 난로 앞에 비워둔 의자를 보고있다

발길 끊긴 역사에 햇살이 잠시 쉬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