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도봉산 다락능선
도봉산 ( 다락능선 ~ 신선대 )
오늘은 옆지기와 '도봉산'으로 향합니다.
요즈음 몇 주 동안 북한산 능선을 살살 다녀보면서 고관절이 많이 좋아 졌다고 느꼈었지요.
도봉산의 다락능선이 아기자기하게 암릉을 타고 지나는 맛도 괜찮고,
능선에서 조망되는 도봉의 3봉(자운,만장,선인봉)과 포대능선의 풍경은 가히 일품이라고 제가 즐겨찾는 블방지우님들의 자랑을 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망월사역에 도착해보니 바닥이 흥건히 젖어있었구요.
아마도 우리가 도착하기 바로 전까지 비가 내렸던가 봅니다. 잠시 바위가 미끄럽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지만 '뭐, 조심하면 되겠지. 해가 뜨면 금방 마를것이고..' 라는 생각으로 힘차게 출발합니다.
비 온 뒤의 아침공기는 무척 상쾌합니다.
마당바위에서 조망한 수락산 방향
[ 산행일자 ] 2011년 11월 19일 (토요일)
[ 산행코스 ] 망월사역 ~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들머리 ~ 심원사 ~ 다락능선 ~ 포대정상 ~ Y계곡 ~ 신선대 ~ 마당바위 ~ 천축사 ~ 도봉탐방지원센터 ~
도봉산역
[ 산행날씨 ] 망월사역 도착 직전 까지는 비가 내렸고,
다락능선의 금붕어바위 지날 때 까지는 안개로 인하여 조망이 좋지 않음.
다락능선의 암릉길 부터 신선대를 자나 마당바위 근처에서 점심식사 할 때 까지는 가시거리 거의 제로에 가까운 박무 및 안개비에 옷젖음.
마당바위에 도착하면서 안개 걷히고 맑은 날씨.
북한산 도봉산 및 둘레길 지도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습니다.)
망월사 역에서 다락능선의 들머리를 잘못 찾았습니다. ㅎㅎ
망월사 올라가는 길로 들어왔군요. 이제 마지막 단풍색이 한창이군요.
다시 유턴해서 국립공원도봉사무소 방향에 있는 심원사 들머리를 찾아 갑니다.
다락능선으로 가는 길은 고속도로가 지나는 고가도로 지나면서 왼쪽으로 다리를 건너 진행하여야 합니다.
심원사로 올라가는 들머리 (다락능선 방향)
심원사..위로는 전망바위가 보입니다.
심원사에서 편안한 흙길을 올라가면
그림과 같은 돌문이 나타나더군요. 뚱뚱하면 지나가기 쬐끔 곤란한.....ㅎㅎㅎ
돌문을 지나면...
드디어 다락능선의 1차 암릉구간이 이어집니다.
두 발로는 안되고 네 발로는 가능한 산길입니다.
바위가 빗물에 젖어 있군요.
짙은 안개와 구름이 드리워져 있어서 산길 내내 마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앞서 가는 옆지기에게 "조심해" 소리를 입에 달고 진행합니다.
실제로는 제가 더 미끄러지면서 말입니다. ㅋㅋㅋ
암릉 비탈을 돌아가면서 수락산 방향을 조망하지만,
박무가 끼어 거의 안보입니다.
금붕어 바위
다락능선 첫번째 암봉입니다. 왜 금붕어 바위인지는 잘 모르겠구요. 혹시 맨 위의 바위가 옆에서 보면 금붕어를 닮은 건지?
맞절 하듯이 조아리는 바위 사이로 지나갑니다.
혹시나 해가 좀 안뜨나? 기대를 하지만 안개는 점점 더 짙어집니다.
지금 부터는 조망이 참 좋은 위치일텐데.....아쉽지만 어쩔수 없지요.
옆지기..저보다 훨씬 잘 오르는군요. ㅎ~
로프로 오를 때는 잘매여져 있나 꼭 확인하라는 저의 잔소리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옆지기....ㅋㅋ 팍팍 흔들어 보고 올라갑니다.
두번 째 암봉을 지납니다. 전망대 바위라 하는것 같더군요.
원도봉계곡 건너편에 있는 두꺼비바위....안개 탓에 흐릿하군요.
지나온 전망대바위(연꽃바위?) 를 조망하구요.
듣던대로 다락능선은 아기자기한 암릉으로 쭉 이어집니다.
도봉탐방센터 (도봉산역) 방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커피에 옥수수도 나누어 먹고 잠시 휴식합니다.
안개는 점점 짙어지는군요.
안개산길...
바위 이름이 뭘까?
참 반듯하게 올려 쌓인 단정한 모습의 바위 앞에 팥배나무 열매가 빗방울을 조롱조롱 매달고 섰네요.
안개가 도봉산을 수묵화로 표현합니다.
이제 도봉산의 멋진 조망은 깨끗하게 포기하고
암릉길에만 집중하기로 합니다.
바위가 정말로 많이 미끄럽군요.
다리가 길어야 유리한 구간이라....
쬐끔 더 긴 제가 앞장섭니다. 손잡아 끌어 올려 주려구요. 남편구실 좀 하는건가? ㅎㅎ
다락능선의 마지막 암릉구간은 하늘로 올라가는 착각이 들 정도로 스릴이 있더군요.
이제는 가시거리가 채 5M도 안되는군요.
앞 뒤로 산님들의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이미 도봉산은 저와 옆지기 둘 만의 공간입니다.
이세상에 옆지기 밖에 안보이는군요. ㅋㅋㅋ
어둠 속에 포대정상도 지나고...
이제는 도봉산의 그 유명한 Y계곡에 진입합니다.
조망이 없으니 이건 뭐 완전히 유격훈련일 뿐입니다. ㅎㅎ
이 곳이 휴일이면 무척이나 정체되는 구간인데
안개 덕분인지... 널널하게 사진도 찍고 천천히 통과합니다.
우리 부부와 또 몇 분의 산님들이 오늘 Y계곡 전세 낸 기분입니다.
여자라서 군대도 안다녀 온 옆지기...
암릉을 정말 잘 타네요.
이제 Y계곡 마지막 바위 입니다.
옆지기 잠시 숨고르는 중....
드뎌 Y계곡 통과 완료합니다.
'여보, 참 잘했어요....ㅎㅎ 저보다 빠르네요. 암릉 솜씨가....흠'
이제는 오늘 목적지인 '신선대'를 오릅니다.
미리 포기해 버린 조망이지만, 참 아쉽습니다.
안개 속의 신선대. 안개 속의 인증 샷.
아무리 둘러봐도....
바로 앞에 보여야 할 자운봉도 안보입니다.
마당바위 방향으로 조금 내려오니
이제서야 태양이 형체만 빼꼼 보여주네요.
안개는 태양이 보이면 빠른 속도로 걷히는데? 이런 우리가 너무 빨랐나? 좀 기다리 걸 그랬나? ㅎㅎㅎ
안개가 조금씩 걷히는군요.
바람 채이지 않는 쉼터를 골라서 점심먹고 나니 오늘의 동반자 안개는 물러가기 시작합니다.
점심먹고 도착한 마당바위는 날씨가 이렇군요.
포기했던 조망이 다시 포기가 안되는군요.
우이암과 보문능선 방향인데...
옆지기 쳐다보며 눈빛으로 질문합니다. '저리 다시 올라가면 조망이 참 쥑이겠는데?'
옆지기 역시 눈빛으로 대답합니다. '오늘 그만 하면 많이 묵었다 아이가? 억울하면 담에 또 오면 될 거 아이가?' ㅎㅎㅎ
안개빗물에 젖은 티셔츠도 갈아입고
옆지기는 자기가 사 준 예쁜 모자도 씌우고 달래듯이 그림 한 장 찍어 주고는 앞장서서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따라가야지 뭐 어쩔겁니까?
'같이가자 여보....' ㅎㅎ'
아쉬워서 돌아보는 보문능선의 바위들이 참 멋지네요.
천축사 방향의 고즈넉한 계곡을 내려갑니다.
조개껍질 버섯....
고사한 활엽수 해체 임무인가 봅니다.
선인봉이 아름다운 천축사...
선인봉이 마치 수호봉우리 같군요.
계곡의 이끼는 유난히도 푸르군요.
내일 아침이 되면
눈꺼풀 간지르며
나의 게으름을 깨워 줄 태양인데
오늘 안개 속에서는
그리웠다.
잊을 수 있는 것 없고
가릴 수 있는 것도 없는 줄 알았지만
꺼풀 쓰고
살아가는
공간.
너의 볕에 달구어진
바람 솟구치며
드러난
나의 몸뚱이
가리지 않아도 부끄럽지 않은
자운봉으로
살고 싶다.
너의 볕에 데워지고 싶다.
2011년 11월 19일 토요일에 도봉산 신선대에서 억겁을 드러내고도 부끄럽지 않은
자운봉 안개 속에 두어서 행복했던 바람앞에서와 옆지기...